XIII International Course of Plastic and Aesthetic Surgery in Barcellona.
그 동안 약 12일간 자리를 비운 대가를 여기 저기서 정신없이 치러야 했다. 이제 그때의 기억을 되돌아 보기 위해 사진과 몇 가지 자료들을 들춰보니, 남부 스페인의 뜨거웠던 햇빛과 한가로우면서 신비로운 풍광들, 그리고 따뜻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아쉬운 추억 속으로 지나간다.
2년 전 이 심포지움에 다녀오신 이동락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던 터라, 올해는 꼭 다녀오리라는 결심을 진작부터 하고 미리 학회 신청을 해놓고 넉넉하게 여행준비를 하려 했으나 갑자기 필자의 가족들이 따라붙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허겁지겁 호텔과 비행기 등을 예약하게 되었다.
동행하기로 한 이동락 원장님과 저희 가족은 안달루시아 지역을 먼저 돌아본 후 바르셀로나로 입성하기로 하고, 6월 19일 인천 공항을 출발하였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다음날 국내선으로 세비야로 갈 예정이었는데, 다음날이 바로 전국적으로 Huelga(파업)이라서 비행기와 택시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베게에 묻고, 잠을 청했으나 시내 거리는 밤새 사람들의 노래와 고함소리로 북적댔다.
다음날 요행히 택시를 구해 타고 공항에 나가 비행기를 알아보니 역시 신사의 나라다. 말로는 비행기가 안 뜰 것처럼 하더니 비행기만은 정상운행을 해서 세비야로 갈 수 있었다.
세비야는 안달루시아 지역의 중심 도시로서, 남부 스페인 관광의 중심 도시이기도 했다. 이틀간 그곳에 머물면서 카톨릭과 이슬람 역사와 문화가 혼합되면서 생겨진 유물들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그곳의 아련하고 뜨거운 날씨와 더불어 독특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투우장, 플라멩고, 라틴음악, 성당, 정열적이면서도 친절한 사람들, 정원, 음식, 모두 성경에서 나오는 땅끝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유럽의 여타 지역과는 구별되는 스페인만의 개성이 강했다. 이곳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이원장님의 유창한(?) 스페인 어 덕택에 별 어려움 없이 밥도 잘 먹고, 차를 렌트 하여 안달루시아 지역의 여러 지방을 이동해 갔다.
세비야 근교의 이탈리카를 들렀다가 코르도바, 말라가, costa del tropica, 그라나다 등을 다니며 둘러 보았는데 한정된 시간과 가족을 동반해서 한계가 있었으나, 나름대로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하려 애썼다. 그곳 사람들은 비교적 관광객들에게 호의적이고 따뜻했는데, 저녁 식사 시간에는 식당이 10시는 지나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정도로 식사가 늦는 것이 약간 애로사항 이었다.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그라나다 시에 있는 아람브라 궁전이었다. 그 대단한 스케일과 아름다운 건축 양식, 복합된 문화와 역사의 흔적이 스며 있는 유적들, 정교하면서도 독특한 내부 장식,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궁전 주변 거리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슴에 찡하게 다가왔다.
마침내 5박 6일간의 안달루시아 관광을 마치고 바르셀로나의 학회장으로 향했다. 필자가 참가한 이 심포지움은 스페인에서 처음 미용성형외과 분야를 시작하여 꽃을 피운 Dr. Jaime Planas가 세운 Clinica Planas라는 private clinic에서 2년 마다 열리는 심포지움으로서, 내용은 주로 미용성형분야에 관한 것이다.

( 위 쪽 건물이 병원이고, 아래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3-400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이 있다. 강당 입구에 각국의 국기가 세워져 있었는데, 우리 나라 국기는 없고 북한 인민기가 세워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이 심포지움은 스페인 내에서는 매우 중요한 미용 심포지움으로, 참가자들은 스페인, 남미(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이태리 등에서 온 성형외과 의사들인데, 이들에게는 학회에서 학술 점수도 부여한다고 하며, IPRS, ASAPS 등에서도 정규 교육 심포지움으로 인정 받는 course 이다. 초청 연자나 발표 내용을 보면 ASAPS(미국 미용성형외과 학회)의 축소판 또는 미국의 여러 가지 개별 symposium (Dallas Rhinoplasty Symposium, Breast Symposium..)과 매우 흡사해서 mini ASAPS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올해 이 심포지움의 coordinator가 미국의 Dr. Mark Gorney 이었던 것을 보면 짐작해 볼 수 있다.
올해 프로그램 내용은 Face lift, Craniofacial surgery & Mammary surgery, Rhinoplasty & Anti-aging(medical therapy), Gluteal surgery 등으로 각각 하루씩 4일간의 일정이었는데, 각각의 topic 마다 7-10명의 panalist들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발표하고 moderator는 이에 대한 질문을 유도하면서 본인도 질문 하는 일반적인 형식이었다. 오후 마지막 시간에는 각 topic에 대해 2명의 surgeon이 live surgery를 Clinica Planas의 수술실에서 하고 이를 강당에서 화면을 통해 보면서 수술자와 실시간 토론을 벌이는 시간을 가졌다.
초청 연자들은 모두 미국과 남미 그리고 스페인에서 많이 알려진 이들로서, 필자에게 기억에 남는 연자로는 멕시코의 F. Ortiz-Monasterio, Mollina, 미국의 Steven Hoefllin, Rollin K. Daniel, Glenn W. Jelks, Bahman Guyuron, John Tebetts, Fred L. Hackney, Mark Gorney 등 이었다.
각 연자들이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Dr. Guyuron의 Use of Botox and surgical treatment of migraine headach, Dr. Monasterio의 Mandibular distraction in respiratory problem of new-born, Dr. Tebbetts의 Achieving a predictable 24 hours return to normal activities after breast augmentation, Dual plane breast augmentation, 그리고 Dr. Hackney의 Innovative method to avoid problems in rhinoplasty와 Dr. Guyuron의 Twisted nose, Dr. Guerrerosantos의 Gluteal augmentation with lipoinjection 등 이미 최근의 ASAPS 나 PRS 등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많았고,수술 technique 등도 알려진 방법들을 정리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하여 얘기하였는데 알아듣기도 비교적 편하고, 한 수술 한다는 외과 의사들의 수술 방법들을 live surgery로 보면서 최신 수술 기법들을 review한다는 면에서 유익한 점도 많았다.
오전 일정이 끝나면 강당 위층에 있는 홀에서 초청 연자나 참가자들이 한 테이블에 8명씩 자유로이 앉아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필자는 이 시간에 그곳에 온 여러 의사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첫날에는 스페인과 이태리에서 온 젊은 의사들과 앉게 되었는데 그들의 상황과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스페인의 성형외과 전문의 수는 800-900명 정도인데, provate clinic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의사 수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며, 근래에는 중소도시 뿐 아니라 작은 지역에 까지도 성형외과 의사들이 들어가 개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디나 나름대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심포지움에 이렇게 많은 의사들이 모이게 되었겠다 는 생각에 동질감을 갖게 되었다. 또 다른 스페인 의사는 스페인에서 최초로 toe to finger transplantation을 했는데,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동료 의사 5명과 성공적(?)인 개원의(여기도 개원의는 수술 중 미용 수술이 대부분 이라고 함.)로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농담처럼 얘기 했다.

(첫날 용감하게 현지인들 사이에 앉아 점심을 먹을 때 필자와 대화를 나눴던 예쁜 스페인 여의사)
개인적으로는 Dr. Monasterio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튿날 한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되어 함께 얘기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분은 칠순이 넘은 나이인 지금도 하루에 두 곳의 병원을 오가며, 아침 일찍(7시)부터 수술을 시작하여 점심을 굶으면서 저녁 늦게 까지 강행군(?)을 한다는 것이다. 취미는 클라이밍과 스키라며, 몇 년 전 클라이밍하다 어깨가 좋지 않았는데 한국에 갔을 때(대한 성형외과 학회 초청) 침을 맞고 효과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일하는 병원의 상황과 수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병원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누구라도 환영한다며 명함을 건네 주셨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멀리 한국에서 온 젊은(?) 의사에게 이렇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으로 대하는 자세가 대가답다고 생각되었고, 인종과 나이를 떠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 좌측이 Dr. Monasterio, 우측은 필자. )
Clinica Planas의 설립자인 Dr. Jaime Planas와는 셋째 날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노령에도 불구하고, host로서 그곳에 온 많은 이들의 호감과 애정을 듬뿍 받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손님을 맞고, 겸손하면서도 따뜻한 말로 남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보기 좋았다.

(좌측에 백발의 노 신사가 Dr. Jaime Planas, 우측에 필자와 정영덕 원장님.)
이번 심포지움의 invited speaker로 온 미국 Dallas 출신의 Dr. Hackney도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의 예절 바른 메너에 호감이 갔고, 3년 전 Dallas Rhinoplasty Symposium에 갔던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그 자리에 있었노라며 반가와 해, 그 때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측에서 부터 Rhinoplasty 발표자로 미국 Texas에서 온 Dr. Hackney, 이동락 원장님, 정영덕 원장님과 필자)
금요일 밤에는 10시부터 GALA DINNER 시간이 있었는데, 병원 뒷 마당에서 흥겨운 라틴 밴드의 연주와 함께 댄스 파티가 열렸다. 200여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보였는데, 모두들 멋진 드레스를 차려 입고 남녀노소 모두 라틴 음악에 맞춰 특유의 정열적인 춤을 추면서, 스페인의 멋진 기억들을 나누며 그렇게 바르셀로나의 아쉬운 밤은 흘러갔다.

Clinica planas symposium과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그리고 정열적인 사람이 있는 스페인은 흔히 가보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꼭 한번 가 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끝으로 막무가내인 필자의 아이들을 포함하여 우리 가족들과 동행하시면서 많이 불편하셨을텐데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신 이동락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참고로 이곳의 web site는 www.clinica-planas.com
< 2002년 9월. 성형외과 개원의 협의회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