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쌍꺼풀 재수술 때문에 내원하신 분과 상담하던 중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상담을 중단한 적이 있다.
그분은 7-8년 전 다른 크리닉에서 절개법으로 쌍꺼풀 수술을 받으신 후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에게 오셨다.
눈을 보니 수술한 위치의 쌍꺼풀은 양쪽 모두 풀렸으며, 수술 전 원래 있었다고 하는 속쌍꺼풀선으로 라인이 접히면서 앞쪽의 쌍꺼풀 수술 흉터가 노출되어 있었다.
따라서 수술자국을 제거하면서 라인을 지금보다 약간 위로 잡아주면 눈의 윤곽도 커지면서 시원한 눈매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분은 나의 이런 진단과는 달리 뒤쪽의 라인은 그대로 두고 앞쪽의 풀린 라인만 매몰로 선명하게 잡아줘서 뒤쪽의 속쌍꺼풀 라인과 연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쌍꺼풀 선이 매끈한 선이 안되고 꺾어진 선으로 지므로, 나름대로 거기에 대한 문제점과 부조화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분은 동의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간단한 수술을 괜히 크게 해서 환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상업성 농후한 의사로 여겨지는 것 같아서 점점 기운이 빠져 갔고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 형성은 엉켜지기만 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성형외과 병원은 너무나 많아졌고, 그에 따른 불만족스런 성형 수술의 결과도 비례하여 늘어나 성형수술에 대한 불신이 점차 늘어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물론 실력있는 의사, 내가 받으려는 수술을 잘 하는 의사를 찾아야 하는 어렵고도 위험한 결정의 몫이 고객에게 있으므로 고객들은 더욱 비판적인 각도로 의사를 이리저리 재보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고객들은 의사의 친절도나 실력, 정직성을 떠나 자신이 스스로 내린 진단에 동조하며 얘기를 해주는 의사를 만나면 매우 반갑고 신뢰를 주기가 쉽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의사는 왠지 꺼림칙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그분의 재수술에서 스스로 물러나 버린 것이다. 또 이런 나를 보고 그 고객은 상당히 불쾌한 느낌을 갖는 듯 했다.
그날은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심정으로 진료를 하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내 그분의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아도 나의 결정에 대해 후회되지 않았다.
이유는 성형은 고객에게 누가 보아도 예쁘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제공해 주어야 하며, 성형외과 의사는 나름의 경험과 의학적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를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